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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기전 자료- 와유, 일상과풍경에서 노닐다
작성자 우먼아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6-02-27 15:59    조회 2,46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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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회 한국화여성작가회 정기전 자료

 

臥遊, 일상과 풍경에서 노닐다.

 

송 희 경

(문학박사, 이화여대 초빙교수)

 

 

. 와유의 의미

 

예로부터 동양의 전통 회화를 감상하면서 자주 사용한 용어 중에 와유(臥遊)가 있다. 와유란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 은자였던 종병(宗炳, 375-443)이 처음 언급한 말로써, “누워서 노닐다는 뜻을 지녔다. 널리 알려졌듯이 종병은 송나라 남양(南陽) 열양(涅陽) 사람으로 거문고와 책을 좋아했고, 글과 그림에 뛰어났으며, 산을 무척 좋아한 풍류인이었다. 종병의 재주와 능력을 아까워한 친구들은 그를 여러 차례 조정으로 불러 정치를 권했지만, 종병은 평생 벼슬에 나아가지 않고 형산(荊山)과 무산(巫山), 형산(衡山) 등 명산을 돌아다니며 진정한 자연인으로 지냈다. 그러나 그는 나이가 들어 좋아하는 산에 오르지 못하자 이를 한탄했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자신의 방에 산수 그림을 걸어 누워서 감상하면서 실재로 산속을 유람(臥以遊之)하는기분을 누렸다.

종병은 실재의 산수가 아닌, 이를 시각적으로 재현한 가산(假山)을 감상할 때 와유를 언급했다. 그러나 와유의 함의를 곰곰이 살펴보면, “누워서 노닐다는 단지 편한 자세로 산수화를 본다는 뜻 이외에 상상 속의 자연, 현실에 존재하지 않은 이상향, 환상적인 세계로의 여행을 꿈꾼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또한 세상이 어지럽고 삶이 궁핍할 때, 갈 수 없는 유토피아를 그리고 마음의 위안을 받으며 와유를 떠올린다. 와유가 ‘dream journey’라고 영역되는 까닭이다.

 

. 와유의 창조적실천

 

와유는 평생 벼슬길을 거부한 종병의 인생관이 반영되면서 세속을 떠난 은일처사의 무위자연 적 철학 개념이 되었다. 자연 경관을 그린 산수화의 감상 코드로 정착된 와유를 다른 장르에도 적용하여 그 의미를 확장해본다. 존경하는 스승과 성현의 일상을 기억하는 인물화,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화려한 꽃과 새의 화조화, 진귀하고 값진 물건을 기록한 기명절지화. 옛 선비들은 산수화가 아닌 다른 장르의 그림을 감상하면서 그들만의 와유를 만끽하지 않았을까.

한국화여성작가회는 17회 정기전의 주제를 <臥遊, 일상과 풍경에서 노닐다>로 정하여, 동양 회화의 전통 재료인 지필묵을 소중히 다루며 한국화를 지켜온 여성들이 마련한 작업 공간을 와유의 장으로 꾸미고자 한다. 작가들이 평소에 경험하는 소소한 일상과 주변에서 항상 목도하는 풍경은 와유의 대상이며, 이를 자신만의 색과 형으로 승화하여 화폭에 오롯이 담아내는 작업은 와유의 산물이다. 와유의 실행 과정에서는 이미지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구상이나, 가독성이 희미한 비구상이 모두 포괄되며, 지필묵 이외의 다양한 물성과 질료의 활용도 가능하다. 오로지 여성의 섬세한 감성과 솔직한 감정이 독창적인 손길을 거쳐 이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와유물로 탄생되기를 기대할 뿐이다. 이렇듯 한국화여성작가회의 17회 정기전은 작가 개인이 발현한 각양각색의 와유를 체험하고 향유하는 공감의 마당이 될 것이다. 나아가 지필묵의 전통회화가 제대로 평가받기 못하고 있는 지금, 한국화의 질긴 생명력과 무한한 창작 가능성이 제시되는 문화의 장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