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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행복을 꿈꾸는 여덟 가지 감성제안- 김윤섭 (아이프aif 미술경영연구소 대표, 미술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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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한국화여성작가회 정기전 기획과 주제


행복을 꿈꾸는 여덟 가지 감성제안


글_김윤섭 (아이프aif 미술경영연구소 대표, 미술사 박사)

 

 

“사회적인 제약과 사상적 굴레로 인하여 규방문화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한국의 여성화가들이 선구자적 선배들의 각고의 노력에 힘입어 구각을 탈피하고, 이제 그 후배인 우리들은 오늘의 한국화, 한국 미술문화의 발전에 기여하게 됨으로써 그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1999년 12월 27일에 창립한 <한국화여성작가회>의 선언문 중의 한 부분이다. 단체명에서도 짐작되듯, 명실공이 국내 미술계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여성작가’를 대표하는 유서 깊은 단체이다. 창립한 이후 해마다 회원의 국내외 정기전, 다양한 주제의 학술세미나, 예술나눔 자선행사 등을 끊임없이 지속하고 있다. 그것도 매번 최소 100명 이상에서 200명에 육박하는 작가들이 참여했다. 낮게는 20대 젊은 작가부터 높게는 80대 원로작가까지 한 자리에서 작품을 통해 세대 간 소통에 힘써 왔다는 점은 한국 미술문화 발전의 근간을 다지는데 적지 않은 역할이었다고 여겨진다.  

올해 21회 정기전인 <2020 한국화여성작가회>에도 170명의 빛나는 주역들이 손을 맞잡았다. 한 명도 빠짐없이 한국 미술계에 큰 활기를 돋게 하는 값진 주인공들이다. 한국화 장르라는 공통점을 제외하곤 서로 다른 제각각의 감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번 전시에는 전통과 현대, 답습과 실험, 발산과 절제 등 서로 상반된 개념이 적절하게 조화로운 균형을 유지한 작품들이 즐비하다. 여러 지역적 연고와 연령대가 다르다보니 같은 작품의 소재라도 색다른 관점과 감성으로 해석한 차이점이 흥미로움을 자아낸다.

이번 <2020 한국화여성작가회>의 정기전 주제는 “행복팔경(幸福八景)”이며, 부제는 ‘행복을 꿈꾸는 여덟 가지 감성제안’이다. 어떤 지역에서 뛰어나게 아름다운 여덟 군데의 경치를 일컬어 ‘팔경(八景)’이라는 한다. 그만큼 사방이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2020 한국화여성작가회> 주제 및 전시제목으로 ‘행복팔경’을 제안한 것도 같은 이유이다. 170명의 참여 작가들의 제각각 감성과 작품이 지닌 다양한 미학적 담론 및 조형적 깊이가 바로 행복팔경을 만들어내는 원천이다. 또한 그림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얼마나 긍정적이고 행복한 에너지를 충전해줄 수 있을 것인가 가늠할 수 있는 소중한 장이 될 것이다.

일상에서 행복을 만날 수 있는 순간은 사람에 따라 매우 다양한 시점과 관점에서 발생한다. 어떤 상황적 환경인가, 어떤 마음의 감성으로 대하는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할 것인가에 따라 다변화된다. 모든 작가들 개개인의 감성적 체험이 고스란히 화면에 스며들어 완성된 작품들이야말로 맞춤형 행복을 발견하는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여성작가 특유의 예민한 감성적 깊이와 세심함이 가미되어 ‘인생의 행복’을 만날 수 있는 흥미로운 장을 펼치게 되리라 기대한다.


그림 ) 구상과 추상 비율
<2020 한국화여성작가회>의 “행복팔경(幸福八景)”에 출품된 170점은 국내의 한국화 여성작가들의 보편적인 성향을 대변한다고 해도 될 정도로 다양하다. 그런 측면에서 <2020 한국화여성작가회> 정기전 출품 작품의 성향을 분석해보았다. 우선 구상과 추상 성향의 작품비율은 ‘54%(92명) : 46%(78명)’ 등으로 나타났다. 추상 성향에는 완전추상, 반추상, 설치 성격을 포함한 것이다. 그만큼 특별히 치우침 없이 협회 구성원들은 골고루 조형적 다양성을 띠고 있다고 하겠다.

 

그림 ) 작품소재별 구성비율
다음으로 ‘작품 소재별 구성비율’을 살펴봤다. 관람자가 작가들의 작품을 볼 때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각적 인상[visual]은 대개 그림의 주된 표현 소재가 무엇인가에 따라 좌우된다. 자연풍경인지, 인물인지, 형상을 가늠할 수 없는 추상적인 화면인지에 따라 첫인상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이번 <2020 한국화여성작가회> 출품작에 다뤄진 가장 많은 소재는 ‘꽃&새’로 22.4%(38명)였고, 형상성이 어렴풋한 ‘반추상(기본 형상을 재해석한 장면)’도 같은 22.4%(38명)였다. 그 뒤로는 ‘완전추상’이 21.8%(37명), ‘풍경(실내외)’이 16.5%(28명), ‘인물중심’ 구성이 7.6%(13명), ‘정물류(기물&사군자 포함)’가 5.3%(9명), ‘동물중심’이 2.4%(4명), ‘공간설치’ 작품이 1.7%(3명) 등으로 집계됐다.


그림 ) 제작기법 & 재료구분
이어서 작품제작에 있어 기법이나 재료로 구분해보면 더욱 흥미롭다. 분석 결과 ‘장지에 석채&분채’ 기법이 48.2%(82명)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이어서 ‘캔버스 혼합기법(콜라주 포함)’이 17.7%(30명)로 나타났고, ‘장지에 혼합재료’와 ‘한지에 먹&담채’가 각각 12.9%(22명)로 같았다. 다음으로 ‘비단&천에 채색’은 5.9%(10명), ‘설치(디지털프린트 포함)’는 1.8%(3명), ‘종이에 펜’은 0.6%(1명) 순이었다. 이는 <한국화여성작가회>의 회원 구성이 채색화 기법을 구사하거나 다양한 재료를 혼합하는 작가가 80% 이상인 반면, 한지에 수묵(담채) 기법은 10%를 조금 넘기는 정도로 큰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어쩌면 <한국화여성작가회>의 ‘실질적인 다양성과 진정한 대표성’을 충족하기 위해 더욱 폭넓은 인식과 포용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2020 한국화여성작가회> 정기전은 다양한 소재와 기법이 총망라된 현대한국화의 종합전 성격이다. 이 170점을 통해 쉽게 놓칠 수 있었던 일상 속 행복의 퍼즐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획득할 수 있을까. 전시제목 겸 주제로 내세운 “행복팔경(幸福八景)”은 ‘행복을 꿈꾸는 여덟 가지 감성제안’이란 부제로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번전시에서 ‘행복’을 발견하기 위한 여덟 가지 키워드를 ‘가족, 일상, 추억, 설렘, 여유, 조화, 평온, 사유’ 등으로 꼽아봤다. 이는 자연의 일상이나, 추억의 그리움 등으로 개별적인 감성에 따라 좀 더 확장해볼 수도 있겠다. 이 대표 키워드 중 나의 작품은 어떤 카테고리에 포함될 수 있을지, 관람객으로서 나의 감성적 기호는 어떤 키워드에 더 친숙할까 등을 가늠하며 전시를 즐겨 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2020 한국화여성작가회> 정기전의 처음 계획은 출품 작가 중에 평소 작품의 모티브나 제작과정을 관람객과 공유할 작지만 아주 특별한 ‘작가와의 만남’을 여러 차례 진행할 예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가족, 자연, 추억 등 여러 ‘행복키워드’들을 중심으로 나눈 담소를 그림과 묶어 디지털 에세이집으로 발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의 지속으로 원활한 진행이 어려워진 점이 매우 아쉽다. 별도의 대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겠다.
 
그래도 행사와 연관된 감성중심 세미나(10.7 오후4시)는 진행할 예정이다. 세미나 주제는 “행복, 그 시작점에 서다”이다. 형식은 보통의 학술적인 세미나와 닮았지만, 논의 주제와 토론 방식을 ‘일상생활에서 행복의 조건들’에 대해 작가와 작가, 작가와 관객, 관객과 관객이 편안하게 쌍방향 교감해보는 아트토크 자리가 될 것이다. 사회적 구성원, 한 가정의 아내 혹은 부모로서 여성 그리고 여성화가로서 살아가는 다면적인 삶 속에 행복의 퍼즐을 맞춰가는 소소한 일상을 다시 한 번 더 되짚어봄으로써 잊혔던 작은 행복의 소중함을 공감하자는 취지이기도 하다. 국내외 정기전과 기획전, 학술세미나, 다양한 아트프로젝트 등을 끊임없이 지속하는 <한국화여성작가회>의 진취적인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